아기가 태어난 지 벌써 301일이 되었다.
출산 전부터 완모를 목표로 나름 공부를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주로 유튜브를 보고 공부를 했는데(삐뽀삐뽀 정유미, 맘똑티비를 제일 많이 본 것 같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알아야 할 것들도 굉장히 많고, 무엇보다 육아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기가 태어난 후 지금까지 울기도 많이 울고, 중간중간에 완모를 포기할까 하는 그런 고민들을 수도 없이 했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쭉 완모를 하게 됐다.
원래 모유수유 장단점 같은 걸 써보려고 했는데,
사실 그에 관한 것들은 이미 다른 분들이 많이 써둔 것 같아서
나는 현재까지 완모를 하면서 내가 겪었던 것들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어볼까 한다.
1. 출산 직후 병원에서
모유 수유에 성공하려면 출산 직후부터 바로!! 젖을 물리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현실은 많이 달랐다.
출산 직후에 몇 초 동안만 아기를 안아볼 수 있었고,
그 후로 이런저런 처치를 하느라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신생아실에 가서 아기를 볼 수 있었다.
사실 나는... 24시간 모자동실이 가능한 병원에서 출산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집에서 거리가 너무 멀어서 포기했다.
어차피 3일 뒤면 조리원에 가서 24시간 모자동실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쉽게 포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24시간 모자동실을 하려면 그게 가능한 병원을 미리 알아보고, 낳기 전부터 그쪽으로 진료를 받으러 다녀야 할 듯..)
병원에 있는 동안 아주 잠깐씩 직수를 하긴 했지만, 모자동실을 못 했기 때문에 사실상 모유는 거의 못 먹였다. ㅠㅠㅠㅠ
2. 조리원 입소 후 2주간
원래 나의 계획은 조리원에 가면 24시간 모자동실을 하면서 아기가 깰 때마다 직수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조리원에 가니,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일단 나는 유도분만을 했기 때문에 하루에 4번 좌욕을 해야 했다. (이게 은근히 너어무 귀찮....)
그리고 어쩌다 보니 3시간에 한 번씩 원치 않았던 유축까지 하게 돼서 그야말로 쉴 틈이 없었다.
하루 3끼 식사와 2번의 간식,
하루 4번의 좌욕,
3시간에 한 번씩 유축
+
마사지와 각종 조리원 프로그램
(마사지는 조리원을 예약하면 2회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딱 2회만 받았다.
삐뽀삐뽀 정유미 선생님은 마사지 받을 필요 없다고 하셨는데, 무료라고 하니까 그냥 받았다.
엄~~청 아픈데 엄~~청 시원했다...ㅋㅋㅋ
조리원 프로그램은 요가, 모빌 만들기, 신생아 촬영 등 어차피 결국엔 다 영업을 위한 것들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시간 맞춰서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24시간 모자동실은 꿈도 못 꿀 지경이었다.
(유축하는 시간이랑 프로그램 시간이 종종 겹쳐서 프로그램 참여는 별로 안 했는데도 그래도 너무 바빴다....)
그래서 당초 계획했던 바와 달리 수유콜을 받고 가서 직수를 했는데,
아기가 빠는 힘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유콜을 받고 가서 먹이다 보니,
이미 내가 신생아실에 갔을 때쯤에는 아기는 울다 지쳐 잠깐 물다가 바로 잠들기 일쑤였고,
그러면 선생님들이 이따가 아기 깨면 보충수유를 하겠다고 하면서 아기를 받아 가고 그런 식이었다.
그냥 내가 데리고 있다가 먹이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기가 먹는 양이 눈에 보이는 분유와는 달리,
모유는 아기가 얼만큼 먹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아기가 배를 곯을까 봐 그게 너무 걱정돼서 그러질 못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조리원에서도 거의 분유를 먹이게 됐다.
3. 조리원 퇴소 후 ~ 30일
아직도 조리원에서의 마지막 날 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당장 내일이면 봐주시는 선생님들도 없고
(나는 산후도우미도 신청하지 않았고, 양가 부모님들도 다 일을 하고 계셔서,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다.)
무엇보다 모유 수유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너무 컸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모유 수유 실패하면 분유 먹이면 되지',
'모유를 잘 못 먹는 것 같으면 혼합 수유하면 되지'
이런 식으로 좀 편하게 마음을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는 완모 직수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이 그럴 것 같긴 하다..ㅎㅎ)
그래서 아기가 잘 못 먹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그야말로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심지어는 가슴이 조여오면서 숨을 쉬기가 힘들어서 심호흡하면서 눈물까지 흘렸다는...)
아무튼 그렇게 다음날이 됐고, 아기를 데리고 집에 와서 아기가 잠에서 깰 때마다 직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기가 자꾸만 조금 빨다 잠들어버려서.. 진짜 이러다가 아기가 굶어 죽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냥 눈으로 보기에는 아무 이상 없어 보였는데,
아기가 얼마나 먹고 있는 건지 도대체 감이 안 오다 보니,
일주일 내내 고민하고 걱정하다가 결국 일주일 만에 아기를 데리고 소아과에 갔다.
지금 모유만 먹이고 있는 중인데, 아기가 너무 못 먹는 것 같아서 탈수라도 오는 게 아닌가 그게 너무 걱정이라고 했더니,
의사선생님께서 아기는 아무 이상 없고, 엄마가 모유가 안 나오는 게 아니면 계속 모유를 먹이라고 하셔서 안심하고 돌아왔다.
그래도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고 오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던 것 같다.
아무튼 신생아 때는 잠에서 깨는 게 배고픔 신호라고 해서 30일이 되기까지는 아기가 깨면 바로 물렸다.
4. 31일 ~ 100일
여전히 아기가 먹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어 불안했던 시기이다.
이때는 '젖이 비는 느낌'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서, '15분'이라는 시간에 굉장히 집착했던 것 같다.
어떻게든 한 쪽당 15분씩 물리려고 했다.
사실상 아기는 초반 7~8분 정도만 열심히 빨다가 그 후로는 의미 없이 입만 오물오물거렸는데,
그래도 15분 만큼은 악착같이 채우려고 했던 기억이...ㅋㅋ
그리고 또 한 가지 너무 어려웠던 게, 우리 아기는 배고프다는 신호를 안 보낸다는 것이었다.
아기는 열심히 배고프다고 표현하는데 내가 못 알아듣는 건가 싶어서, '배고픔 신호'에 관한 정보를 엄청 많이 찾아봤다.
(애석하게도 딱히 도움되는 정보는 없었던 것 같다..)
당최 배고프다는 표현을 안 하니까, 나는 할 수 없이 시간 맞춰 수유할 수밖에 없었다.
모유 수유에 대해 공부할 때 시간 맞춰 먹이는 건 좋지 않고,
아기가 배고플 때마다 충분히 배불리 먹여야 한다고 그렇게 배웠는데, 도대체가 아기가 배고프단 표현을 안 하니.....
정말이지 이론과 실전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처음부터 이 점을 마음에 잘 새겼으면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았을 텐데,
그때는 왜 그렇게 그걸 받아들이지 못 한 건지....
그리고 나는 아가 몸무게에도 엄청 집착했는데,
주변에서 다들 "원래 모유 먹는 아기는 무게가 좀 덜 나간다"라고 말을 해도, 나는 100그램에 울고 웃었다.
내가 다니는 소아과 의사선생님은
내가 몸무게 얘길 꺼낼 때마다 몸무게 많이 나가는 게 절대 좋은 게 아니라며,
요즘엔 너무 먹여서 문제라고 펄쩍펄쩍 뛰셨다.
그런 선생님을 보며 몸무게에 집착하지 말자고 몇 번이나 스스로를 다독였던...ㅋㅋㅋ
5. 101일 ~ 6개월
보통 100일 정도가 되면 젖양이 맞춰진다고 하던데,
나는 거의 5개월 쯤에야 겨우 양이 맞춰진 것 같다.
(참고로 젖양이 맞춰진다는 말은, 아기가 빨아 먹을 때만 젖이 나온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아기가 빠는 힘이 좋아져서 수유 시간도 확확 줄어들었다.
언제부턴가 수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지난 것 같은데 아기가 입을 떼버려서, 괜한 걱정이 들어
"4개월 아기 수유 시간", "5개월 아기 수유 시간" 이런 걸 엄청 검색했던 것 같다.
정말...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맨날 검색 또 검색...ㅋㅋㅋ
(4개월 무렵엔 총 수유시간이 10분 정도였던 것 같고, 5~6개월 무렵엔 한 쪽당 3~4분 컷이었던 것 같다.)
6. 6개월 ~ 10개월 현재
6개월이 되고부터 이유식을 시작했다.
이유식을 시작하고 나니 확실히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어쨌든 간에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 거니까 더 이상 애가 배를 곯을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그리고 이유식을 시작하면 아기가 통잠을 자게 될 거라는 그런 나의 기대가 처참히 무너지기도 했다.
아기가 밤에 잠을 자꾸 깨는 게 혹시 배가 고파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꾸만 했었는데,
(주변에서 자꾸 분유를 먹이면 애기가 통잠을 잘 거라고, 삶이 달라질 거라고 그런 말을 하도 해서...)
이유식을 시작했는데도 애가 잠을 안 자는 거다...
적어도 평균 만큼은 먹는데 그래도 잠을 안 자니.....
(지금도 통잠은 커녕 밤에 3~4시간에 한 번씩 깬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여전히 밤중수유를 하고 있다.
3일인가 4일 동안 잠시 밤수를 끊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일부러 끊을려고 끊은 게 아니라, 아기가 밤에 깼을 때 안아서 달래줬더니 안 먹고 그냥 자버렸다)
그 후로 애기가 엄청 집착하기 시작하더니 젖을 물고 자는 게 아예 습관이 되어버렸다.
물고 자는 습관은 좋지 않고, 유치가 나기 시작하면 밤수를 끊어야 한다고 해서 어떻게든 끊어 보려고 했는데,
젖을 물리기 전에는 1시간이 넘도록 안 자고 계속 울어대서 어쩔 수 없이 물려서 재우고 있다....
남편은 내가 너무 힘들어 보인다며 그냥 아예 단유를 하는 게 어떠냐고 하는데,
나는 애초에 두 돌까지는 먹일 생각이었고, 그게 안 된다면 적어도 돌까지는 먹이고 싶은 마음이라 일단은 그냥 버티고 있다.
그리고 밤에 잠 못 자는 것도 힘들지만 아기가 자꾸 깨물어서 그게 너무 아프다...
우리 아기는 이가 없을 때도 잇몸으로 물다시피 했었는데,
본격적으로 이가 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물 때마다 진짜 악 소리가 난다.
심지어 우리집 아기는 이가 너무 빨리 나서 10개월 아기인데 벌써 이가 8개나 났다..
다행히 아직 피가 난 적은 없는데, 그렇게까지 세게 앙~~~ 하고 무는데 어떻게 피가 안 나는 건지 신기할 지경이다.
어쨌든 이 두 가지만 빼면 두 돌까지도 먹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거대한 장벽 두 개를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라 앞으로 어찌될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하루하루 어영부영 먹이다 보면 돌까지는 어찌저찌 먹일 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
모유수유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나, 모유수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이런저런 걱정들로 힘들어 하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부정적인 것들만 잔뜩 늘어놓은 것 같은 기분이다.
(그치만 모유수유를 하는 게 정말 힘든 건 사실이다.
남편과 힘듦을 나눌 수 없이 오롯이 혼자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많고,
24시간 내내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하며, 외출 시 아무데서나 수유를 할 수 없는 등
정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에게 가장 좋은 음식은 모유라는 사실
그거 하나만으로 그 모든 힘듦을 견뎌낼 수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누군가에게는 이 글이 꼭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후의 내용은 나중에 또 시간이 된다면 그때 추가로 써보도록 하겠다.